20180426. 아침이슬

"빈티지는 추억이다."


 얼마전 보케사진을 보다가 눈에 띄는 렌즈를 하나 발견했다. 이름하여 트리오플란(Trioplan) 100mm f/2.8.

 옛 동독의 광학회사였던 마이어 옵틱 괴를리츠(Meyer-Optik Görlitz)사의 트리오플란(Trioplan)시리즈 중 최고 정점에 있는 렌즈인데, 트리오플란 100mm f/2.8 실버가 약 60~70만원, 블랙은 약 40만원정도 그리고 같은 구조를 갖고 있는 50mm f/2.9는 약 20만원정도 한다고 한다. 실버와 블랙의 차이는 조리개 갯수이며 실버는 조리개를 조아도 둥근 모양이지만 블랙은 조으면 각이 생긴다고 한다.  내겐 예전에 구입하였던 80mm f/2.8에 이어서 두 번째 보유하는 트리오플란 렌즈가 된다. (지금은 팔고 없다ㅠㅠ)

50~105밀리 화각을 커버하는,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렌즈가 내게 이미 몇 개나 있는데, 왜 또 이 고물 렌즈를 또 구입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 렌즈가 주는 추억 즉 빈티지 감성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발매 당시부터 이 렌즈가 주는 톡특한 빛망울 효과로 꽤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나름대로 잘 나가던 마이어-옵틱社는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하필 소련 점령 지역에 위치했던 탓에,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광학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식 경영 관리상의 비효율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타사에 합병된다. 그 바람에 안타깝게도 괴를리츠 렌즈의 맥도 끊어지고 말았다. (2015년도 부활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잊혀질 뻔하던 이 '전설적'인 렌즈는 세상에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어쨌거나, 어떤 인연이 있었는지 몰라도 오래 전 동독의 장인이 만든 트리오플란 하나가 내 품으로 들어왔다.  알루미늄 재질의 몸체는 어찌나 만듦새가 좋은지 꼭 대리석 조각 공예품을 보고 있는 듯하다. 조리개 스탑도 딱딱 잘 끊어지고 초점 링의 회전도 부드러운 것이 요새 젊은 렌즈 못지 않다.  

트리오플란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단 3 장의 내부 렌즈로만 구성된 지극히 단순한 구조로 되어있다. 


트리오플란 렌즈를 트리오플란 렌즈답게 해 주는 아이덴티티는 바로 독특한 빛망울(보케 - Bokhe)이다. 강한 점상 광원 방향으로 초점을 살짝 흐려 주면 비누방울 모양의 아름다운 빛망울이 만들어지는데, 외국에서는 이를 "비누 방울 보케(soap bubble bokhe)"라고 하여 매니아층이 형성되어 있을 정도다. 당시 렌즈 코팅 기술이 좋지 못했기에 밝은 물체를 역광 상태에서 최대개방으로 찍으면 안개처럼 뿌옇게 흐려지는 현상(글로우Glow 현상)이 생긴다.  이는 분명 올드 렌즈의 한계이자 결점이지만 주제를 부드럽게 표현해 주는 효과가 있는 착한 부작용(?)이어서 이 렌즈의 팬들은 이것을 결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처음 구입하자 다음날 바로 출근길에 잠깐 찍어봤지만 시간도 부족했고 더군다나 이슬찾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라서 다음 기회에 제대로 한번 찍어봐야 제대로 진가를 알 수 있을것 같다.




 

 

 

 

 

 

 

 

 

 

 

 

 

 

 

 

 

 

 

 

 

 

 

 

 

SONY A7R3

TRIOPLAN 100mm F2.8 Silver

강동, 울산ㅣ 20180426

PHOTOGRAPHED & EDITED & WRITTEN BY 황중기

 

황중기

[풍경, 접사사진을 위한 DSLR](성안당)] & [느낌, 대한민국 365일 사진여행](성안당)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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